라즈베리파이, 선교지에서 쓸만한 교육용 컴퓨터

이게 컴퓨터야?

a4qt.com이 IT관련 블로그도 아닌데 갑자기 왠 컴퓨터냐 하실지 모르겠다. 이 작고 쓸만한 컴퓨터가 선교지에서 여러 용도로 쓸만하다는 생각 끝에 글을 쓰게 됐다. 아래의 사진이 라즈베리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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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신용카드 크기의 기판이다. 이걸 어디다, 어떻게 쓰겠냐 싶지만 분명한 개인용 컴퓨터다. 영화도 보고, 인터넷도 할 수 있다.

케이스가 없어서 이상하지만 분명 컴퓨터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이 기판에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인터넷, 스피커, usb메모리나 외장하드 까지 연결할 수 있다. 전원은 집에 하나쯤 굴러다니는 휴대폰 충전기를 연결하면 된다. 하드디스크는 당연히 없다(하드디스크 보다 크기가 더 작으니까). 대신 휴대폰에 사용하는 sd메모리를 장착해서 사용한다. 운영체제는 라즈베리파이용으로 제공되는 리눅스의 다양한 버전이 사용된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컴퓨터는 메인보드에 그래픽카드, 메모리, 여러 장치들이 결합되어 있는데 라즈베리파이는 모든 장치를 하나의 기판에 심어 버렸다. 그래서 ‘싱글보드’컴퓨터라 부른다.

라즈베리파이가 싱글보드 형태로 제작된 것은 원가절감을 위해서다. 저렴한 제작원가, 작은 부피, 사용전력의 최소화가 싱글보드의 장점이다. 반면에 일반적인 개인용 컴퓨터가 보여주는 성능은 기대해서는 안된다. 라즈베리파이로 최신게임을 할 수는 없다.

 

누가 왜 만들었나

라즈베리파이는 에벤 업튼Eben Upton에 의해서 기획되었고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제작과 판매를 위해 라즈베리파이 재단이 세워졌고 많은 재능기부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제작 동기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컴퓨터 기술자 에벤 업튼은 어린이들이 아이패드나 닌텐도 게임기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제공되는 컨텐츠의 소비자가 되는 대신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것’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 아이들이 값싸게 살 수 있는 저렴하고 기초적인 기능만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밍용 컴퓨터를 생각했다.

라즈베리파이의 기획의도는 넷북(NetBook)을 생각나게 한다. 넷북은 원래 개발도상국의 학생들에게 저사양 컴퓨터를 싸게 공급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아무리 저사양이라도 기본적인 워드와 웹 서핑이 가능해지면서 작고 저렴한 노트북 시장이 형성되어 버렸다. 당연히 하드웨어 업체들이 뛰어들었고 한동안 저사양 넷북이 유행했다.

라즈베리파이는 개발도상국 청소년을 위해 기획되지는 않았지만 넷북이 하지 못한 본래 기획의도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

 

라즈베리파이의 가격과 성능

첫 모델은 2012년 4월에 25달러에 출시됐다. 가장 최신 모델은 2015년 2월 출시된 Pi 2모델로 가격이 대폭(?) 인상되어 35달러에 판매된다. 일단 가격이 저렴한 것은 확실하다.

성능은 어떨까? 운영체제가 MS윈도우가 아닌 이상 비교할 만한 같은 프로그램으로 예를 들어야겠다. 일단 오피스는 가능하다. 라즈베리파이는 리눅스의 라즈베리파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RASPBIAN을 운영체제로 사용한다. 덕분에 리눅스용 오피스 LibreOffice를 사용할 수 있다. 잘 실행되고 한글 타이핑도 잘 된다. 하지만 쾌적하지는 않다. 35달러 짜리 싱글보드가 cpu만 20만원 정도 하는 데스크탑을 대체할 수는 없다.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는 RASPBIAN으로 부팅한 데스크탑 환경과 LibreOffice 구동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피스가 버벅거린다고 해서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기획의도가 아이들의 프로그래밍 학습용 컴퓨터인 만큼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확실히 쾌적하게, 잘 할 수 있다. 아이들 수준에서 프로그래밍의 기초 개념을 습득할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도 기본 설치 되어 있다. 텍스트 위주의 문서 작성은 오피스 대신 에디터 종류를 사용하면 아주 쾌적하게 작업할 수 있다.

OPENELEC을 설치하면 동영상/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 HDMI 케이블을 모니터나 TV에 연결하고 이어폰 단자를 이용해서 스피커를 연결한다. 직접 재생해 본 동영상 파일은 용량이 15Gb, x264 1080p 규격이었는데 아주 매끄럽게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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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베리파이 공식 사이트에서는 sd메모리에 구울(?)수 있는 몇 종류의 리눅스 운영체제 이미지 파일을 제공한다. RASPBIAN은 윈도우 데스크탑과 유사한 데스크탑 환경의 리눅스이고 그 외에 개발자용 리눅스 CORE등이 제공된다. OPENELEC은 TV와 연결해서 동영상 감상할 때 주로 쓰는 미디어 센터 프로그램이다.

많이 팔리는 이유

일단 가격이 저렴하니까 많이 팔렸다. 기존에 컴퓨터를 ‘좀 사용해 본 친구들’의 관심을 끄는데도 성공했다. 남는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책상 서랍에 넣어둔 충전케이블과 sd메모리를 재활용할 수 있었다. 버리자니 아깝고 쓸떼는 없던 물건들로 완벽한 무소음 워드용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된거다.

라즈베리파이 자체가 가진 개방성도 큰 도움이 됐다. 구글과 유튜브를 검색하면 정말이지 다양한 용도에 활용되는 라즈베리파이를 볼 수 있다. 본래 개발 목적인 Python 언어 프로그래밍은 당연한 것이고 – 라즈베리파이의 pi라는 이름은 프로그래밍 언어 Python에서 따왔다 – 무선제어, 가스누출탐지, 원격조종장치, 인터넷과 연결된 CCTV, 가정용 홈시어터(HTPC) 컴퓨터의 대체품 까지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다. 아래 동영상은 RC카에 라즈베리파이를 이식(?)하고 아이폰을 통해 조종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유튜브 영상이다.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한 수많은 예 중의 하나다.

 

단점, 오피스용으로는 느린 속도와 진입 장벽

누구나 저런걸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MS윈도우를 사용하다가 파란 화면만 나와도 당황하면서 컴퓨터 가게 아저씨를 부르는 경우라면 조금 더 노력을 해야 된다. 결정적인 진입 장벽은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이 익숙한 윈도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선교사들이 익숙한 워드는 MS-WORD나 <한글과 컴퓨터>의 HWP다. 리눅스 터미널에서 커서만 깜빡거리면 뭘 해야할지 모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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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겁먹지는 말자. 이미 리눅스도 마우스로 클릭하는 GUI환경을 제공한지 오래됐다.

라즈베리파이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윈도우에 너무 길들여진 탓도 있다. 리눅스가 위의 그림처럼 검은 바탕에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해야만 하는 환경만 제공하지는 않는다. 마우스로 클릭해서 쓸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환경설정을 마치는 과정은 윈도우 사용자들에게는 조금 낯설다. 익숙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리눅스 버전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하고 없으면 대체할 수 있는 리눅스용 프로그램을 찾아서 설치해야 한다. 지나치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검색엔진을 이용하면 친절하게 어디를 클릭하고 무슨 명령을 타이핑해야 하는지 까지 무료로 가르쳐주는 세상이다.

 

선교지에서 어떤 쓸모가 있나

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썼다. 선교 현장에서 사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솔직히 조금 부족하다.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면 MS-Office의 PowerPoint대신 LibreOffice의 Impress를활용할 수 있지만 속도가 조금 답답하다. 모니터와 키보드/마우스를 모두 새로 구입한다면 저렴한 11인치 노트북을 구입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라즈베리파이가 작다고 해서 모니터/키보드/마우스를 다 휴대하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라즈베리파이가 제 값(?)을 발휘하는 용도는 어디까지나 교육용이다. 적은 예산으로 컴퓨터 교육을 하고 싶다면 라즈베리파이만한 기기를 찾기 힘들다. 물론 MS윈도우도 아니고 MS오피스를 교육할 수도 없겠지만 우리가 MicroSoft홍보 대사도 아니고 MS윈도우 사용법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 실상 윈도우 환경은 마이크로소프트만의 것도 아니고 GUI(Graphic User Interface)환경, 그러니까 알파벳을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마우스로 뭔가를 클릭하는 환경일 뿐이다. 컴퓨터에 아이들을 노출시키고 키보드와 마우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걸 가르치는데 기존의 데스크탑이 굳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라즈베리파이를 이용한 선교지 컴퓨터 교육은 적정기술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적정기술은 실용적인 쓸모를 위한 적당한 수준의 기술이다. 예를들면 이런거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최고급 정수기는 필요없다. 얼음도 나오고 커피도 나오면 좋기야 하겠지만 아프리카 소년 소녀들에게 하나씩 보급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냥 생긴 것은 빨대 같지만 사실은 정수기능이 있는, 그래서 많은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고도 다음 주에 또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적정기술이다. 아래 사진에 있는 정수기 LifeStraw는 적정기술의 대표작이다. 국내에서는 캠핑 인구가 늘면서 인기품목이 됐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3만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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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raw로 정수한 물. 아래 사진에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두툼한 빨대 속에 필터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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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의 대표사례. 빨대형 정수기 “LifeStraw”. 출처 : http://www.linternaute.com/environnement/magazine/une-paille-pour-sauver-le-monde.shtml

선교사가 주된 임무도 아닌 Python 프래그래밍을 가르치거나 리눅스 커널 시스템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 핵심은 싼 가격에 아이들이 컴퓨터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Apple의 iMAC이나 MicroSoft의 최신 Windows가 설치된 PC가 아니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컴퓨터 환경과 오피스 프로그램을 다루어볼 수 있다. LibreOffice를 활용해서 기본적인 오피스프로그램에 대한 감각을 익하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이 미래에 ‘조금 더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물론 Python프로그래머가 되거나 컴퓨터공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더 좋겠다.

 

필요한 지원들

먼저 기술지원이 필요하다. 현지에서 케이블만 연결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를 설치해야 한다.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 컴퓨터 전문인의 헌신이 있다면 Python이나 리눅스 os에 대한 교육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재정 지원도 당연히 필요하다. 아무리 저렴한 싱글보드 컴퓨터라고 해도 LCD모니터, 키보드/마우스, sd메모리, 충전기와 HDMI케이블을 구매해 보니 15만원 정도 들었다. 모니터를 제외하고는 새 제품으로 구입해서 비용이 다소 들었다. 2015년 4월 현재를 기준으로 22만원이면 11인치 노트북을 살 수 있다. 노트북은 박스 패키지가 적으니 운송비용도 적게 든다. 한번쯤 고민이 되는 부분이지만 라즈베리파이를 포기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선교지에서 모니터와 키보드/마우스를 조달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경우다. 손톱만한 메모리는 그냥 끼워서 보내면 되고 충전기와 케이블, 라즈베리파이를 합해도 큰 부피는 아니다. 기본 세팅이 완료된 메모리 카드를 보내면 연결 즉시 데스크탑 환경을 실행할 수 있다.

 

선교지에 라즈베리파이를 보내는 일에 관한 문의사항은 이메일 : ekkl@naver.com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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